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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면

행운

by 헬로맹꽁 2023. 12. 20.

(행운의 전령사)
주변을 기분 좋게 하는 당신은 행운의 전령사입니다. 남에게 기쁨을 주는 만큼 당신에게도 기쁜 일이 쌓여갑니다.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내가 바로, 행운의 전령사

포춘쿠키 쪽지에 쓰여 있는 글이 포춘쿠키 주인과 정말 닮아서 놀랐다. 그 주인은 나의 반려견 '럭키'이다. 럭키는 웰시코기종이고 태어난 지 3주 정도에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3년 가까이 우리와 만든 추억들 그리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럭키도 기억할까?
 
강아지일 때는 마당 없는 집에 살아서 집안에서 같이 살았고, 개가 되어서는 마당 있는 집에 살아서 집 밖에서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 자란 뒤에 털이 너무 많이 빠지는 바람에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올 겨울에 럭키는 '밖같에서 겨울나기'를 할 계획이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밥을 주러 가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럭키야, 밤에 추웠지!"
럭키는 똬리를 틀고 있다가 긴 허리를 펴주기라도 하듯이 기지개 같은 동작을 하고 나온다.
 
럭키가 다리를 오들오들 떤다. 사실 녀석은 주인에게 뭔가를 바라서 여름에도 다리를 오들오들 떤다.  그런데 추운 시기에 그런 행동을 하니 나도 헛갈리고 측은하다. 그래서 우리 집 현관을 럭키 잠자리로 내주었다. 며칠 전부터 럭키는 조금이나마 덜 춥게 잠을 잔다. 낮동안 추웠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럭키의 잠자리는 해결되었지만 나는 매일 숙제가 생겼다. 현관청소. 럭키 털치우기 숙제.
이 숙제는 하기 싫은데 내일이면 또 해야 하는 억울한 숙제이다.
 
하지만 고생이나 희생 뒤에는 크든 작든 어떠한 형태로든 그 보상이 따라온다. 럭키 털치우기 숙제 덕분에 매일같이 깨끗한 현관을 사용하게 된 것이 그 보상이다. 신발에 붙어온 흙모래 잔디도 덩달아 깨끗하게 사라졌다.
 
럭키가 자게 되어서 지저분하겠구나 싶었던 것과 달리 현관은 더 깨끗해졌다. 현관이 깨끗해야 복이 들어온다더라 하면서 매일같이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오늘밤에도 행운의 전령사 럭키는 깨끗하게 치운 현관에 들어왔다. 우리와 눈맞춤하고 반가워한다. 그 포상으로 땅콩도 몇 알 먹게 된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일찍 잠드는 날도 있다.
"행운의 전령사! 현관에서 우리를 지켜줘야지! 자고 있는 거야, 럭키야?"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것은, 그가 나 대신 아침마다 현관청소를 해주게 된 것이다. 그의 현관 청소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보상이다. 이게 바로 포춘쿠키 쪽지가 말해준 그것일까?
“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

럭키의 재밌는 표정

럭키가 사람말을 알아듣는다면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안으로 들어오면 나가고 싶어 하고, 밖으로 나가면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럭키!
행운의 전령사 럭키에게도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내가 현관에 안질개를 놓고 티스토리 글쓰기를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떠니?
계란 하나 삶아서 밥그릇에 담아주는 건 어떠니?
내가 럭키의 좋은 일을 꼭 먹는 거와 연결하는구나.
더 큰 좋은 일을 바라니?
너에게 좋은 일이란 뭘까?
아마도 목줄 안 하고 전력을 다해 달리는 거 아닐까. 목줄 안 하고 산책하기도 있을 테지.

네가 현관에 들어와 자면서 느낀 게 있어.
가까이서 지켜보니 지난 추억이 떠오르고 럭키가 지금도 너무 귀엽고 예쁘다는 거야.
우리 함께 살아서 좋다!
털이 너무 많이 빠져서 한동안 좀 멀리한 거 미안하다 럭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