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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야 사랑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

by 헬로맹꽁 2023. 12. 27.

신원미 작가의 「하늘이 딱딱했대?」에는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 친숙한 텃새들이 등장한다.  유리창에 맞서서 살아남기 위한 '새들의 여린 몸부림'을 말해주는 동화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들의 여린 몸부림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황조롱이가 하늘을 날다 뭔가에 부딪혀 갑자기 뚝! 떨어지는 사건을 시작으로 박새, 부엉이, 굴뚝새, 산비둘기에게도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다.
"하늘이 딱딱했고 갑자기 뚝! 떨어지고 만다." 
새들이 생각하는 딱딱한 하늘은 숲 속에 세워진 유리집이다. 숲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요란하게 공사를 하더니 숲에 커다란 유리집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그곳을 '숲 속 카페'라고 불렀다.
 
새는 유리를 인식하는 방식이 사람과 다른 시각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새들은 주로 주변 환경을 보고 방향을 잡거나 먹이를 찾는다. 유리는 주변 환경을 반사하고, 새는 주변환경이 계속된다고 착각을 한다. 이로 인해 새들은 유리를 통과하려고 날아가다가 유리창에 충돌한다. 유리창에 비친 허상을 진짜로 착각하여 날아들 때의 충격은 새들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강하다.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보니 한해에도 수차례 이런 상황을 목격하는데, 그때마다 놀랍고 안타깝다.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하면 , 가벼운 경우에는 비틀거리며 다시 날아간다. 하지만 충격이 강할 경우에는 뇌진탕으로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경우, 머리가 깨지는 경우, 목뼈가 부러지는 경우, 날개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고 죽음을 맞게 되기도 한다.
안타까웠던 상황을 봐 왔기에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텃새들의 여린 몸부림이 애틋하다.
 
하늘은 뻥 뚫려 있는데, 어떻게 하늘에 부딪혔고, 왜 하늘이 딱딱했을까?
새들은 유리를 '딱딱한 하늘'이라고 불렀고, 딱딱한 하늘에 맞서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기 박새가 참지 못하고 똥을 찍! 싸는 해프닝에서 새들은 기발하고 재치 있는 해결법을 찾아낸다.
새들의 똥은 물감이 되었고, 새들은 화가가 되었고, 딱딱한 하늘은 도화지가 되었다. 
그래서 딱딱한 하늘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알록달록한 집이 되었는데, 아이들은  그곳을 '알록달록 똥 카페'라고 불렀다.
 
"하하하, '알록달록 똥 카페'가 과연 정말로 알록달록 했을까?"  내가 실제로 그 모습을 보았다면 새똥 폭탄에 경악했을 것이다. 동화의 결론이 새똥으로 알록달록 똥 카페를 만든 것이어서 하하하 웃었지만, 힘없는 새들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실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좀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그 마저도 유리가 막고 있으니 말이다.
 
건물의 유리창, 투명 방음벽 등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투명창에 충돌하여 죽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흔히 사용되는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는 새들이 스티커만 피해 가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조류 대부분이 높이 5cm, 폭 10cm 미만의 패턴 사이를 통과하지 않는 특성을 감안하여, 5X10법칙이 적용된 수평, 수직, 격자, 도트 등 여러 패턴을 권장하고 있다. 조류 충돌 방지 협회(birds.or.kr)에 따르면 간격이 좁을수록 조류의 충돌을 더 잘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캐나다의 FLAP이나 미국의 ABC와 같은 조류보호단체들은 5 cmX5 cm 간격의 패턴을 권장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 주변에서 패턴형태로 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를 본 적이 없다. 공공건물부터 조류 충돌 저감조치를 설치하고 점차 확대되어 설치되면 좋겠다. 전원주택에 산지 3년째가 되면서 우리 집에도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살면서 관찰해 본 결과 새들은 동쪽이나 남쪽 창문에서 햇살이 그늘로 바뀌는 때에(남향집 기준으로 대략 오후 1시) 유리창 충돌 사고가 잘 일어났다. 아마도 오후 1시경이 유리창에 정원의 나무나 하늘 모습이 선명하게 반사되는 때인 것 같다.
 
살다 보니 내가 알아보게 되는 새도 생겼다. 딱새인데, 나는 그 애에게 '단골딱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잘 안 보이다가 매년 겨울이 되면 거실 앞에 심어 놓은 수사해당화나무에 놀러 오기 때문에 단골을 붙여서 '단골딱새'라고 부른다. 몸은 귤처럼 둥글고 주황색인데, 머리와 날개는 까맣고 흰 반점이 있다.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 꼭 겨울마다 혼자서 놀러 온다. 꽁지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보면, 단골 딱새의 기분이 좋은가 싶다. 다가오는 2024년도에는 우리 집 정원을 좋아하는 텃새들에게 가슴 아픈 사고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